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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부디, 조용히 그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단 하나뿐인 조선백자 둥근 항아리에 이끌려 고미술상 가게 앞에 선 것이 사십여 년 전.
조국은 해방되었지만, 나 자신, 아직 돌아갈 곳도 없는 날의 일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간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선물의 하나로 하려고 포렴을 통과한 것이,
오늘'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나로서는 돌아갈 수 없는 조국이지만, 그곳에는 나의 고향이 있습니다.
육십여 년의 세월은 너무나 멀어서, 이제 내가 알고 있는 마을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고려, 조선시대에도 이 마을의 평원은 그렇게 바람을 몰고, 여름의 낙동에는 드디어 흐름을 타고,
우리 같은 동자를 끌어안고 자애했을 것입니다.
미술 공예품을 보면 모든 장인들이 그러한 풍토의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포의 젊은 사람들이여, 부디 알아주십시오.당신의 민족은, 일상의 생업 그 자체를 문화로 하는 풍요로움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당신에게도 그 풍요로운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개관에서 제가 바라는 바는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리 조국의 역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고,
진정한 국제인이 되는 발걸음을 내디뎌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조선의 풍토에서 자란 '미'는 여전히 일본에서 언어·사상·주의를 넘어 말하고 있습니다.

부디, 조용히 그 목소리를 들으세요.

1988년 10월 25일
재단법인 고려미술관 정조문


[정조문씨 약력]
1918년 경상북도 예천 출생.1960년대 친형 정귀문과 함께 '조선문화사'를 설립,
   계간 『일본 속의 조선문화』를 50호까지 발간.
1988년 10월 조선고미술품 1700여 점과 건물을 재단에 기부해 '고려미술관'을 설립.
1989년 2월 간부전으로 영면.향년 70세.